여러 번의 휴학 후 대학을 졸업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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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 20,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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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살아온 삶의 과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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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 5, 2023 01:34 AM
군대로 인한 2년 휴학, 개인적인 2년의 휴학을 거치고 드디어 이번 2월에 대학교를 졸업하게 되었고, 그와 동시에 원하는 회사에 들어가게 되었다. 최근에 여러 면접을 준비하면서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돌아봤고, 또 어떻게 살고싶은지에 대해 고민하면서 느낀 것들을 적어보려 한다.

코딩이 뭔지 모르는 15학번 새내기

나는 2015년에 전북대학교에 입학했다. 컴퓨터 전공으로 대학에 입학은 했지만, 코딩이 뭔지도 몰랐고 그저 성적에 맞춰서 대충 지원했었다. 아무 목표도 없이 들어온 대학, 학과이기에 신입생때부터 무언가를 열정적으로 하지 못했다. 그저 열심히 놀았다. 지금은 시간이 많이 흐르면서 당시의 감정을 정확히 묘사할 수는 없지만 매일이 설레고 즐거웠던 것 같다.
그렇게 1학년을 마치고 나니 바닥을 기는 학점을 가진 나를 볼 수 있었다. 뭘 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고, 컴퓨터가 내 적성이 맞는 지도 알 수 없었다. 공부의 의욕도 딱히 없던 시기라 일단 휴학을 하고 서울로 올라가게 되었다.

휴학 후 서울에서 1년을 또 놀고 군대를 가다

휴학을 하고 서울로 올라간 건 큰 이유가 없었다. 알고지내던 친구들이 서울에서 방을 잡는데, 함께 살면 재밌을 것 같아서 올라갔다.
매일 알바를 하고, 술마시고… 하면서 친구들과 1년 동안 정신없이 놀았다. 미래에 대한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았었고 그냥 될대로 되라식으로 살았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서 어느덧 남자라면 피할 수 없는 군대에 가게 되었다.

제대 후 재수를 결심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재수는 실패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전환점이었다고 생각한다.
제대를 하고 복학을 하자니 컴퓨터가 내 적성인지도 잘 모르겠고 학점도 완전히 망친 상태여서 굉장히 가기 싫었다.
남자는 군대를 제대할 쯤 되면 세상에 나가서 뭐든지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게 된다. (아마 많은 남자들이 공감할거다!) 비록 수능은 망쳤었지만 6월/9월 모의고사에서는 대부분 과목을 1등급을 받았던 경험이 있다. 그래서 ‘의대나 한번 준비해볼까?’하는 생각으로 재수를 결심하게 된다.
알바를 하면서 모아놨던 돈으로 서울 중랑구에 있는 반지하방을 구했고, 근처에 있는 독서실을 1년동안 끊고 재수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매일 아침 반지하 방에서 눈을 뜨자마자 씻고 나가서, 독서실 옆에 있는 편의점에서 도시락 2개를 사서 독서실 냉장고에 넣어두고, 새벽까지 공부하고 방으로 돌아와서 바로 잠들고… 하는 생활을 1년 간 반복했다.
그렇게 1년을 보내고 시험날이 되고, 다른 과목은 다 괜찮게 봤지만 국어의 문을 넘지 못하고 재수에 실패했다. (난 국어를 참 못한다… 항상 국어를 풀면서 시간이 남던 애들이 굉장히 부럽더라…)
당시에는 정말 상심이 컸다. 정말로 열심히 하면 미련은 남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고 온 세상이 무너진 것 같았다. 남 앞에서 운적이 없는데 이 날 엄마 앞에서 펑펑 울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 때의 생활은 아직도 내 인생에 아주 깊게 자리잡아 있다. 수능날의 분위기, 성적표를 받았을 때의 기분은 벌써 많이 휘발되어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하지만 매일 반지하 방에서 눈을 뜨고 독서실에서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면서 새벽까지 공부하던 생활은 아직도 생생하다.
당시에는 세상이 끝난 것 같았지만,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고 상처가 아물고나니 지금은 그저 나를 강하게 만든 한 과정으로 기억되고 있다.

복학 후 회사에 들어가다

재수를 실패하고 길을 잃고 학교에 복학하게 되었다. 근데 그렇게 힘들고 치열한 1년을 보내고 나니 나도 모르게 좋은 의미로 감각이 무뎌져있었다. 학교 수업을 듣는 일, 시험 기간에 밤을 새는 일 등 일상의 모든 일이 전혀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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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처음으로 학교 수업에 집중을 하면서 모든 수업을 A+를 받아 학과 수석도 하고 총장상도 받으니 점차 컴퓨터라는 것이 재밌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학과 수업을 열정적으로 따라가며 시간을 보내다가 3학년에 올라가면서 친구의 추천으로 작은 회사에 들어가게 되었다. 회사에 들어가니 이론적으로 공부한 컴퓨터 지식과 실제 웹 개발과는 괴리가 있었다. 애초에 웹 개발 자체를 학과에서 안배웠는데 회사의 일은 웹사이트를 유지 보수하는 일이었다.
아직도 기억이 나는게, 처음 회사의 면접 자리에 가서 ‘주로 어떤 언어로 웹 개발을 주로 하나요?’라는 질문에 C언어라고 얘기했던 것이 기억난다. 이 무슨 HTML로 프로그래밍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소리인가… 당시에는 웹 개발이라는 것 자체를 몰라서 이렇게 대답했는데 내 인생 최고의 흑역사가 아닐까 싶다.
감사하게도 일할 기회를 주셔서 정말 열심히 했다. HTML/CSS/Javascript를 한달 동안 밤을 새가면서 공부했고, HTTP가 뭔지도 몰랐기에 웹에 관련한 지식들을 실제로 프로젝트를 하면서 지속적으로 채워나갔다. 또 회사에 나보다 몇 개월 먼저 들어가서 함께 일한 친구가 있는데, 이 친구에게 참 많은 것을 배웠다.
그렇게 시키는 것은 뭐든지 하면서 프론트엔드,백엔드,인프라 모든 영역을 가리지 않고 공부했다. 지금 생각해봐도 정말 괴물같은 성장을 이뤘다고 생각한다. 웹에 대한 것을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해서 JQuery부터 시작해서 Next.js까지, AWS 환경으로 서비스 이전, 실제로 사용되어지는 서비스를 만들기도 하였고 학부생 신분으로 경험하기 힘든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었고 이 때 부터 개발을 정말 좋아하게 되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취업 준비를 하다

대학교 4학년이 되고 본격적인 취업 준비를 시작해야 했다. 그렇기에 회사를 그만두고 매일 학교 도서관을 나가게 되었다. 매일 아침 10시쯤에 가서 끼니는 도서관 내에 있는 편의점에서 때우면서 밤 12시까지 공부했다.
코딩테스트를 처음 접해보니 쉽지 않았다. 분명 쉬운 문제인 것 같은데 2시간, 3시간씩 붙잡고 있으니 마음이 초초해졌고 스스로의 실력에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부끄럽기도하고 분하기도해서 미친듯이 코딩테스트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단순히 양치기가 아니라 한 문제를 여러 방법으로 풀어보면서 몇 시간 동안 뜯어 보기도 하고, 어떻게 하면 더 깔끔하게 코드를 짤 수 있을 지도 많이 고민했었다. 그렇게 매일 12시간씩 약 3개월정도를 코테만 붙잡으니 흔히 말하는 네카라쿠배 코딩테스트정도는 통과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CS도 다시 공부해보니 수업 때 듣던 것과는 다른 느낌을 많이 받았다. 실무적으로 여러 기술들을 사용해본 후 CS를 접하니 언어, 프레임워크에 어떤 지식들이 녹아있는지가 보였고 왜 CS지식이 그렇게 강조되는 지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느끼게 된 나를 보면서 ‘많이 성장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 좋았다.

네이버 부스트 캠프(네부캠)

그렇게 4개월 간 도서관을 전전하면서 우연히 네이버 부스트 캠프(네부캠) 모집 공고를 보게 되었고, 신청 후 운이 좋게 합격하게 되었다. 이전까지 대부분의 개발을 혼자 해와서 나라는 틀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내 코드가 괜찮은 코드인지, 개선점은 없는지 등을 누군가 함께 고민해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평소에도 했었다.
네부캠에 들어가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함께 성장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서로의 코드를 매일같이 확인해주고, 어디서 좋지 못한 냄새가 나는지, 어떻게 하면 개선할 수 있는지를 함께 고민해주어서 코드의 질에 대한 인식을 많이 개선할 수 있었다. 또한 어떤 문제가 있었는데 어떻게 해결했는지를 공유하고 공유받으면서 지식의 폭도 넓어졌다.
네부캠 활동을 하면서 개발자에게 주변 동료가 얼마나 플러스적인 존재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다양한 사람들과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함께 자라고 싶어졌고, 좋은 개발 문화를 가진 회사에 가고 싶은 열망이 더 커졌다.

카카오 모빌리티를 만나다

네이버 부스트 캠프를 마치고, 이에 연계되서 자연스럽게 좋은 기업에 취직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솔직하게 네부캠을 하게된 이유에 이런 이유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경기가 매우 안좋아서 그런지 연계된 회사들도 대부분 떠나고 전체적으로 채용 연계가 잘 안이루어지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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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좋게도 네부캠과 연계된 서비스 회사 1곳, 연계되지 않은 서비스 회사 1곳, 그리고 카카오 모빌리티 공채에서 합격 통보를 받을 수 있었다. 오퍼를 받았던 회사 중 한 곳은 처우, 문화, 사람 모든 면에서 마음에 들었고 면접을 보면서도 굉장히 즐겁게 얘기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카카오 모빌리티를 꼭 가고 싶었기에 어쩔 수 없이 합류하지 못한다는 메일을 드렸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선택한 이유에는 연봉이나 네임벨류 등의 이유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가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즐겁게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아서이다. 최근에 블리자드에서 하스스톤을 개발하신 분의 인터뷰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이 분이 한국에 와서 지하철을 탔는데, 옆에 앉아 있는 사람이 하스스톤을 하는 모습을 보고 ‘이거 제가 만든 거예요.’라고 말을 걸어서 그 사람을 도망가게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난 이렇게 개발자는 누구나 자신이 기여한 서비스가 사용되는 모습을 볼 때 최고로 즐겁고 열정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 주변 모든 사람들이 카카오T 서비스를 이용하고 나 역시 예외는 아니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우리나라 교통 분야의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많은 트래픽을 경험할 수 있으므로 성장, 재미, 보람을 모두 느끼며 즐겁게 일할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의 다짐

요즘 SNL에서 MZ오피스라는 프로그램을 보는데 재밌으면서도 여러 생각이 들었다. 최근 MZ세대에서 ‘딱 내 몫만 잘하자’, ‘받은 만큼만 해라’, ‘1인분만 해라’같은 분위기가 어느정도 있고 워라벨이라는 단어가 유행하는 것 같다.
물론 사람마다 원하는 삶의 방향이 달라서 이런 삶에서 만족을 얻는 사람도 많겠지만, 나는 욕심이 굉장히 많고 승부욕도 강하다. 난 미래엔 꼭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비전을 가지고 좋은 프로덕트를 만들 수 있는 CTO자리까지 가고 싶다. 그런데 내가 워라벨만을 외치면서 매일 적당히만 한다면 이 목표는 이룰 수 없을 거라 생각한다.
카카오 모빌리티에 가면 자신의 목표를 가진 열정적인 개발자들을 많이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최고의 복지는 동료라는 말이 있듯이, 개발에 대한 열정이 모인 동료들과 서로를 리스펙트하면서, 개인이 조직과 함께 성장하고 그에 따라 회사가 성장하는 긍정적인 순환에 내가 가진 욕심, 열정이 빛을 발했으면 좋겠다.